
저는 비장애인, 가족과 친구 중에도 장애인이 없습니다. 그래서 ”장애인 접근성 관련된 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이냐“는 사람들의 물음에 응할, 그럴듯하고 진정성 있는 대답이 제 안에 없다고 느껴요. **”주위에서 장애인을 만난 경험이 없기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대답할 뿐입니다. 그것이 사실이고요.
장애인 인구는 생각보다 적지 않습니다. 통계에 의하면 국내에 등록된 장애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5퍼센트를 차지합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만난 사람은 수백 명 이상일텐데요, 이 중 장애인을 내 ’지인‘으로 만난 일이 없다는 게,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지요.
관심을 넘어서 개인적으로도 관련된 일을 시작하고 싶다고 생각한 건, 루트임팩트 헤이그라운드 팀에서의 경험 때문입니다. 일을 하며 장애 관련 사업을 하는 회사를 만나고, 장애를 가진 다른 회사의 직원과 미팅할 일도 생겼어요. 전 이 사람들이 헤이그라운드 공간을 잘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공간에 찾아오도록 만들어야 했죠. 제게 주어진 이 권한과 책임을 저는 꽤 잘 수행했습니다.
건축학과 출신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진행한 공간 리모델링 프로젝트는 서울 유니버설 디자인 어워드 민간 건축 부분에서 수상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시각장애인의 낮은 정보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점자 만들기 키트를 기획하여, 노플라스틱선데이와 도서출판점자라는 생산과 유통의 전문성을 가진 두 회사와 콜라보를 성사시켰고 이 결과로 ’점킷‘을 만들수 있었습니다. 행사 공간을 대관해 주며 행사 접근성 문제를 인식하고 <행사 기획자를 위한 접근성 가이드 : 더 다양한 사람들을 환영하는 방법>을 기획 및 배포하여 1300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하기도 했어요.

”우리 공간/행사에는 장애인 안 와요. (그래서 무언가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라고 말하는 분들을 정말 자주 만납니다. 이 분들은 보통 악의가 없어요. 근데 헤이그라운드를 찾는 고객의 방문 이유는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인 경우가 훨씬 많더라고요. 고객이 접근할 수 있는 공간과 서비스가 아니라면 고객은 당연히 그 공간과 서비스를 찾지 않겠지요.
요즘 배리어프리나 인클루시브 등의 표현도 많이 사용되나, ’최대한 많은(universal) 사람‘이라는 표현을 쓰기로 결정한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방해물을 없애는 것과 다양한 사람을 포용하는 것 모두 중요하지만, 사업의 관점에서는 더 많은 사람이 오는 것이 무척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전 접근성을 보장하는 일이 ’착한 일‘로 포장되길 원하지 않습니다. 저에게는 모든 사람의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이었고,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적 전략었습니다.
그간의 생각, 경험, 지식이 다른 곳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으며 저마다 다른 사람들을 위한 환경을 만드는 일을 시작해 보기로 했습니다. 접근성 기획이 과연 ’일‘이 될 수 있을까요?